별점 : ★★★
감상평 : 흥미롭기는 했으나 책의 유명세에 기대를 많이 했는지 조금 실망함. 현대에 많이 조명된 질병들도 다수 기록되어 있어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는 보고서가 아닌 듯 하기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교보문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우리 시대의 위대한 의사, 별이 되다인간을 보는 새롭고 따뜻한 눈을 제시한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2016월드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수상
www.kyobobook.co.kr
(*독서모임 후기)
▶ 읽은 소감
초반에는 작가(의사)의 시혜적인 태도, 환자에 대한 동정적 태도가 거북했지만, 환자 개개인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나중에는 느껴졌다. 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여러 사례를 구체적으로 쉽게 풀어 서술한 점에서 가치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이 사례들이 널리 알려진다면 조기에 질병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더라도 인격의 문제가 아닌 신경질환, 뇌질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기에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상적인 키워드
1. 고유감각 : 항상 존재했지만 의식하지 못하던 신체이미지 인식에 관한 개념이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고유감각이 사라졌을 때의 느낌을 묘사하는 환자들의 표현력이 인상깊었다.
2. 영혼 : 역자의 말에서 언급했듯, 영혼이라는 단어를 최대한 지양했음에도 그 빈도수에 비해 단어가 인상에 깊게 남았다. 번역본이기에 ‘영혼’ 외의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했을 확률이 높지만, 환자를 보며 영혼의 유무를 의심하는 작가의 모습이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 Q&A
Q. 질환이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의심되는 사례가 있었는지
A. 여자친구를 살해한 남자의 경우. 처음에는 감형을 받으려 거짓말을 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Q. 병적인 게 꼭 나쁜 걸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란?
A. 익살꾼 틱 레이를 비롯해 여러 천재적 능력을 지닌 환자들을 보아, 병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Q. ‘길 잃은 뱃사람’ 에피소드에서 작가가 사용하는 ‘영혼’ 이라는 단어의 의미란? 작가는 왜 지미가 영혼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A1.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영혼이란 자아와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일에 응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A2. 한국인 정서에 와 닿지 않는 전형적인 서양인의 시선 같다. 의사임에도 판단의 기준이 쉽게 변하는 것 같다.
Q. ‘내 안의 개’ (후각과민증 사례) 에서 작가의 ‘우리도 가끔은 사람이 아니라 개가 될 필요가 있다.’ 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A1. 개인의 특성이 사회의 억압에 말살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A2. 기존과 아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삶도 의미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 인상깊은 구절
62p 감히 말하자면 우리는 무수하고 잡다한 감각의 집적 혹은 집합체에 불과하다. 그러한 감각은 믿기 어려운 속도로 차례차례 이어지고 움직이고 변화하고 흘러간다. – 흄
99p 어떤 의미로 그녀는 ‘척수를 빼내버린’ 상태였고 몸을 잃은 혼과 같았다. 고유감각과 함께 근본적인 것을 잃은 것이다. 정체성을 기질적으로 유지해주는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프로이트가 자아의 토대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아란 무엇보다 육체적인 것이다.’
136p 환자는 의사와 협력자로서 동등한 위치에 있으므로 서로 배우고 도울 수 있다. 그러한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된다고 그는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 연설의 패러독스다. 정상인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속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잘 속아 넘어간다. 음색을 속이고 교묘한 말솜씨를 발휘할 때 뇌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 빼고는 전부 다 속아 넘어간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 ‘대통령의 연설’ 中 (언어상실증, Feeling tone)
199p 반면에 톰슨 씨는 시끄럽고 화려한 언쟁과 끊임없는 농담으로 현실세계를 대신하고자 했다(만일 세계가 절망감으로 가득 찬다고 해도 그는 그와 같은 절망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 멋대로 말을 지껄이거나 망령들을 등장시켜 ‘의미’를 얻으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 자체가 ‘의미’를 얻을 수 없는 결정적인 장애이다. 그는 무섭게 입을 떡 벌린 기억상실이라는 심연을 매번 뛰어넘으려 쉬지 않고 꾸며낸 이야기를 지껄인다. 그와 같은 그의 재능이야말로 그에게는 저주인 셈이다.
244p 건강한 사람들은 우리 같은 간질 환자들이 발작을 일으키기 직전에 느끼는 행복감을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 지극한 행복감이 몇 초 만에 끝날지 아니면 몇 시간, 몇 달 종안 계속될지는 우리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모든 기쁨을 준다고 해도 이것과 바꿀 마음이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269p 우리도 가끔은 사람이 아니라 개가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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