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 ★★★☆
한줄평 : 순간의 깨달음이 타성에 사라지지 않기를
http://www.yes24.com/Product/Goods/12000664
봄에 나는 없었다 - YES24
애거사 크리스티 심리 서스펜스 걸작, 국내 첫 공식 완역판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을 벗어나 새로이 도전한 문학의 정점 `내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소설이자,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다. 나
www.yes24.com
(YES24광고아님 여기 전자도서관 통해서 책 읽었음)
줄거리(결말포함)
주인공 조앤은 시골 마을의 변호사와 결혼해 풍족한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중년이다. 조앤의 아이들은 모두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고 있고, 조앤은 마을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며 활기차고 평화로운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조앤은 딸네 부부를 만나러 바그다드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기차가 연착되어 그곳에서 며칠간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된다. 대화를 나눌 사람도 별달리 없고, 읽을 책이나 할만한 게임도 없는 그곳에서 조앤은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조앤은 자신이 마주하고 싶지 않던 진실들을 결국 알아차리게 된다. 남편은 언제나 자신을 한결같이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자기가 무시하던 사람을 마음 깊이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아이들이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두 딸은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엄마인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각자 가정을 꾸렸다는 것, 그 때문에 현재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지만 그 사실을 조앤에게는 숨기고 있다는 것, 친구들과 이웃들이 자기에 비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들은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한 강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조앤은 자신의 결정에서 타인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이 때문에 자신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앤은 이 사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 자기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인정하고, 결국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이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반성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과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하지만, 집에 돌아온 조앤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하며 진실을 회피한다. 조앤은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그만의 완벽한 삶에 다시 스스로를 가둔다.
후기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어떤 팟캐스트의 고민 사연자에게 MC가 이 책을 추천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고민 사연자처럼 내 모습을 보지 못하며 왜 내 주변의 인간관계가 공허한지 이유를 모를까봐 두려웠다.
고민 사연자와 이 책의 주인공은 닮은 구석이 많다. 겉으로 보기에 모자람이 없고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정상가정을 꾸려 큰 갈등 없이 살고 있고, 회사에서도 일처리가 빠르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야무지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인공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다른 이들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사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표면적인 사건 외에 주변 사람들이 겪은 어려움이 어떤지, 그들의 고민은 실제로 무엇인지, 감정이 어떠한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다. 이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삶은 불행한 것으로 여기며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 자신의 우아한 삶을 다행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은 집의 모든것들이 깔끔하고 정돈되고 하자가 없게끔 유지한다. 물건뿐만 아니라 남편, 하인, 자식들까지 말끔하게 통제하려 한다. 남편은 농부가 되고싶어했지만 그래서는 쾌적하고 우아한 삶을 영위할 수 없기에 남편을 설득했다. 하인은 하인일 뿐이니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고 하인들이 일을 잘못했을 때 혼내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인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칭찬은 필요 없다. 아이들은 예의바르고 얌전한 친구들만 사귀어야 하고, 경박하거나 집안이 안좋은 친구를 사귀면 안된다. 마음가는대로, 원하는 대로 행동해서는 안된다.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서 주인공은 집안의 모든것을 관리하고 통제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자기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기 입맛에 맞춰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요구를 무시할 수밖에 없다. 조앤은 의식적으로 주변인의 욕망을 무시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무시는 조앤이 바라던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 현상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일종의 자기방어로 보이기도 한다.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게 되면 나의 이익과 행복이 완전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인이 겪은 어려움을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극복하고 있는지, 다른 이는 삶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깨닫는다면 자신이 얼마나 비겁하고 이기적인 사람인지 실감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깨닫지 못하는 편이 어쩌면 조앤 스스로를 위해 좋을지도 모른다. 조앤이 반성하다가도 결국 그 생각들을 모른척해버리는것은 이제와서 깨닫는다 한들 큰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만 불편할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남편은 농부라는 꿈을 접은 지 오래고, 아이들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 깊은 갈등이 있다. 가족들은 행복하지 않지만 조앤은 자기 덕분에 가족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 내 삶은 부끄럽지 않다고 착각하며 다른 사람의 삶은 내 삶과 비교하고 자기위안하며 남의 삶을 멋대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처럼 나도 이 순간 잠깐 고민하고 결국 타성을 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기억에 남는 구절
로드니는 지쳤지만 친절한 눈빛으로 아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밝고 유능하고 분주한, 자신에게 만족하는, 성공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 여자는 스물여덟 살로부터 하루도 늙지 않은 것 같군. 그는 생각했다.
갑자기 몹시 애처로운 마음이 밀려들었다.
"불쌍한 우리 아기." 로드니는 강렬한 감정을 담아 말했다.
그녀가 남편을 빤히 보았다. "뭐가 불쌍한데요? 그리고 나는 애가 아니에요."
"나 여기 있어요, 아기 조앤이요. 아무도 옆에 없으면 난 혼자예요." 로드니가 평소의 놀리는 말투로 대꾸했다.
조앤은 그에게 빠르게 다가서서 숨가쁘게 말했다.
"난 혼자가 아니에요. 난 혼자가 아니라고요. 내겐 당신이 있잖아요."
"그래, 당신에게는 내가 있지." 로드니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면서 그는 알았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은 외톨이고 앞으로도 죽 그럴 거야. 하지만 부디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르길 바라.
20220112
'문화생활 (후기)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의 인문학 요약, 정리 (0) | 2022.06.15 |
---|---|
일회용 아내(The Echo Wife) 리뷰 (0) | 2022.06.08 |
[책리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결말 포함) (0) | 2022.04.20 |
[책리뷰] 인생 수업 - 엘리자베스 퀴블러 (0) | 2022.04.20 |
[책리뷰]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0) | 2022.04.20 |
댓글